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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매일신문 칼럼] 광장)세렌디피티 작성일 18-05-17 13:49
글쓴이 최고관리자 조회수 9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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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도프 아스토리아 호텔은 미국 뉴욕의 랜드마크로 1931년 문을 연 후 메릴린 먼로 등 수많은 명사가 묵었던 호텔이다. 2001년 12월 그곳에서 열린 미국정신분석학회 학술대회에 참석했다. 소규모 세미나에서 한국 정신의학계 원로인 A선생님과 우연히 자리를 함께했다. 평소 존경하던 분이라 인사를 드렸더니 인근 식당에서 점심을 사주셨다. 그 후 A선생님과 다시 만날 기회는 없었다.
귀국 후 2001년에 제작된 영화 ‘세렌디피티’(Serendipity)를 감상했다. 월도프 아스토리아 호텔이 자주 등장했다. 크리스마스 시즌에 우연히 만난 두 남녀가 호감을 느꼈다. 인연이 있는지 시험해보려고 월도프 아스토리아 호텔로 가서 서로 다른 엘리베이터에 탔다. 운 좋게 같은 층 버튼을 눌렀지만 아슬아슬하게 엇갈려서 헤어지는 장면이 인상 깊었다.

2012년 2월 ‘A선생님이 돌아가셨다’는 사실과 다른 소식을 꿈에서 접하고 놀라 잠에서 깼다. 그로부터 일주일 뒤 어머니가 말기암 진단을 받았다. 고심 끝에 수지상세포를 활용하는 면역세포치료를 시도하기로 했다. 국제학술지에 소개된 일본 도쿄의 세렌클리닉을 선택했다. 한국인 환자로는 첫 방문이었다.

원장으로부터 ‘세렌디피티’의 앞부분을 따서 병원 이름이 지어졌다는 얘기를 들었다. 묘한 기분이 들었다. 나가야 마사키(長屋昌樹) 원장은 나와 동갑이었고 하버드 의대에서 연구한 경력도 있었다. 늦은 밤에 영어로 이메일을 보내면 그는 지체 없이 새벽에 답장을 보내줬다.

2012년 10월 제12회 국제수지상세포 학술대회(DC2012)가 대구 엑스코에서 개최됐다. 저녁 시간에 다음 날 열리는 포스터 발표를 준비하고 있던 다카하시 히데노리(高橋秀徳) 박사와 우연히 마주쳤다. 그는 세렌클리닉 후쿠오카 병원 원장이었다. 인사를 나누고 저녁 식사를 대접했다. 뜻밖에 대구에서 같은 병원 의사와 어머니의 치료에 대해 솔직한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수지상세포 발견의 공로를 인정받아 2011년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로 선정된 랠프 스타인먼(Ralph Steinman) 박사는 수상자 발표 직전 별세했고 대구를 방문하지 못했다. 고인의 동료였던 쟈크 반슈로우(Jacques Banchereau) 박사를 만났다. 스타인먼 박사의 유족에게 감사의 뜻을 전해달라고 부탁했다.

어머니를 떠나보낸 뒤 어느새 5년이 흘렀다. 어머니를 담당했던 치료진은 모두 세렌클리닉을 떠났다. 나가야 박사에게 근황을 물어봤다. 종합병원에서 외과의사로 근무하면서 메이지대학에서 특임교수로 연구를 계속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인 야마나카 신야(山中伸弥) 교수가 참여한 학술 심포지엄에서 함께 연자로 나서기도 했다. 최근 야마나카 교수는 암으로 세상을 뜬 친구와의 우정을 회고하는 책을 펴냈다. 기회가 되면 나도 나가야 박사와의 인연을 정리해서 소개하고 싶다.

지난 주말 미국정신의학회(APA) 학술대회에 참석하기 위해 뉴욕을 방문했다. 월도프 아스토리아 호텔을 오랜만에 찾았다. 리노베이션을 위해 문을 닫았지만 건물 외관은 예전 모습 그대로였다. 주연을 맡았던 케이트 베킨세일과 존 쿠삭의 사인이 담긴 세렌디피티 영화 포스터도 구했다. 예상치 못했던 우연한 만남이지만 삶의 전환점이 되는 의미 있는 만남을 세렌디피티라고 부를 수 있을 것이다. 진실한 염원을 간직하고 있다면 세렌디피티는 또 일어날지도 모르겠다.

성승모 정신건강의학과전문의


원문보기 → http://www.imaeil.com/sub_news/sub_news_view.php?news_id=20306&yy=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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